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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음료 2잔 값으로 계산한 사장들의 죽음 기록

2023년 여름,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합정 방향으로 올라가는 골목. 2년 넘게 들락거린 단골 타코바가 문을 닫던 날, 나는 의자에 앉아서 메뉴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인수인이 걸어 들어오고, 직원 둘이 컵을 박스에 넣는 소리가 났다. 그 자리에서 계산한 게 있다. 그들의 메뉴 원가율.

## 원가를 장사로 착각한 사람들

타코바 리플레이스 메뉴 하나. 치즈 추가 1500원. 실제 치즈 원가는 200원 남짓. 그런데 거기서 빠진 인건비, 렌탈비, 식자재 폐기율까지 합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폐업한 그 골목 업소 다섯 곳을 복기해보면, 메뉴 가격이 8000~12000원 사이에 몰려 있었다. 손님이 "저렴하다"고 느끼는 구간인데, 역설적으로 그 가격대가 가장 위험하다. 재료 퀄리티를 유지하면 적자, 줄이면 리뷰 악화. 양쪽 다 죽는 구조.

## 살아남은 곳은 뭘 했나

골목 끝에 있는 칵테일바는 평일 저녁에만 열었다. 월수금. 손님은 적지만 인건비가 반 이하다. 옆집 돈까스집은 메뉴를 4개로 줄이고 에어프라이어 하나로 커버했다. 직원 한 명이 서빙까지 겸업. 임대계약은 2년에서 1년으로 줄여서 렌탈비를 깎았다. 뭐 대단한 차별화 전략이 아니다. 그냥 덜 잃는 법을 터득한 거지.

## 단골이 원가를 계산하는 이유

나는 솔직히 이 썰을 쓰면서 꽤 불편하다. 단골이면서 사장 몰래 메뉴 원가를 추정하고, 그걸 블로그에 올린다는 게. 하지만 이건 고발이 아니다. 손님 입장에서 "이 집은 오래 못 가겠다"는 감각이 있을 때, 그 근거를 정리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유흥 이용 가이드 같은 글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어디서 뭘 쓰면 손해인지, 어디가 남는 장사인지.

## 네가 고를 때 필요한 기준

- 메뉴 10개 이상이면 리스크 상승. 재고 관리가 복잡해지니까.
- 인건비 30% 이상이면 장기 운영 힘들다. 평일 점심만 해도 직원 두 명은 써야 하니까.
- 리뷰에 "가성비 좋다"는 말이 자주 붙으면 위험 신호. 마진을 포기한 거니까.
- 1년 미만 임대계약이라면 사장도 이미 포기했을 수 있다.

## 정답은 없다, 조건만 있다

어떤 전문가가 "홍대는 이미 죽었다"고 말하면 반박할 수 있다. 2023년에 오픈해서 지금도 잘 굴러가는 곳이 있으니까. 다만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손님이 "싸다"고 느끼는 포인트와 실제 원가율 사이의 간격을 좁혔다는 것. 쿠폰이나 할인이 아니라 메뉴 구성 자체에서 말이다. 교대 쪽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교대 노래방 근처 상권은 홍대보다 임대료가 낮아서, 같은 전략을 쓰면 여유가 생긴다. 상권마다 사정이 다르니까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안 되고.

내가 이 글을 쓰고 나서 타코바 자리에 뭘 넣을지 궁금하다. 아마 또 치킨집이 들어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