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오후 4시 반, 강남구 논현동의 한 4층짜리 건물 1층 계단 앞. 2층 가게에서 내려오는 직원이 손에 들고 있던 건 30만원 권이 섞여 꽂힌 카드 단말기 영수증 뭉치였다. 계단 밑에서 잠깐 펼쳐보더니 '32만원' 적힌 전표만 따로 빼서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는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게 룸 단위로 받는 돈의 진짜 흐름이다.
가게 앞 가격표는 대부분 거짓말이다. 주대 1인 8만원, 룸비 30만원 이런 숫자는 세무신고용일 뿐이다. 실제 돈이 어떻게 갈리는지는 그날 밤 카드 결제 취소 횟수나 현금으로 따로 받는 '아가씨 수당' 봉투 개수로 봐야 한다.
### 시간제 룸의 원가 분해
룸 단위 서비스는 크게 시간제(일반 유흥주점)와 코스제(룸싸롱)로 나뉜다. 시간제 구조에서 임차료는 보통 평당 12~15만원 선, 40평 가게면 월 500~600만원이다. 웃돈을 끼얹은 권리금은 별도다. 내가 작년에 강남 C거리에서 정리한 한 가게는 권리금 2억 받아서 나갔다. 그런데 이 권리금이란 게 매출의 몇 프로를 잡아먹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직원 한 명당 유지비는 주휴수당, 4대 보험, 야간근로 가산까지 넣어 월 280~320만원이다. 여기에 아가씨 수당은 시간당 3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까지 올라간다. 이 인건비가 시간제로 받는 돈에서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를 보면, 매출의 57~63%가 인건비로 증발한다.
방배 룸싸롱 같은 동네 고정 수요가 있는 곳은 이 비율이 좀 낮다. 방문객 단가가 일정하게 유지되니까 아가씨 수급도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광고비로 나가는 돈이 줄어든다. 강남 메인 거리 대비 광고비가 3분의 1 수준인데 이게 순마진율을 8~10% 정도 더 올려준다.
코스제는 다르다. 2부제나 3부제로 돌리는 가게는 룸 회전율로 승부를 건다. 룸 하나당 하루에 3~4턴을 돌리면 고정비 부담이 확 줄어든다.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할 때도 매출 연동형으로 페이하는 조건을 걸 수 있다. 기본 임대료를 낮추고 매출의 일정 비율을 더 주는 방식이다. 이걸 모르고 그냥 평당 얼마로 계약하면 권리금 2억 받고 나가도 실제 남는 돈이 없다.
주류 원가는 말할 것도 없다. 양주 한 병 매장 원가가 2만~4만원인데 소비자가는 18만~25만원이다. 마진율이 80% 이상이다. 근데 이걸로 가게가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이 마진이 전부 아가씨 수당과 영업사장 인센티브로 새어나간다.
진짜 남는 돈은 '서비스 연장'에서 나온다. 1부에서 2부로 넘길 때 붙는 추가 룸비, 시간당 5만~8만원 하는 무제한 요금제의 연장 요금에는 인건비가 거의 안 붙는다. 아가씨 수당은 이미 1부에서 다 빠졌기 때문이다. 이 연장 수익의 마진율은 90%에 육박한다.
룸 단위 원가 구조의 핵심은 '시간'이다.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는지, 그 사이에 몇 명이 들고 나가는지가 모든 숫자를 바꾼다. 가격표의 숫자 말고 시계를 보는 게 이 업계 원가 분석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