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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바닥에서 월 3천 벌고도 야반도주한 형씨들 진짜 이유 물어봤냐

2023년 11월 찬바람 불던 홍대 삼거리포차 뒷골목, 15평짜리 이자카야 주방에서 때에 찌든 업소용 간택기 레인지가 1톤 트럭에 실려 나가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다들 목 좋은 곳에 가게 열고 인스타 맛집으로 소문나면 평생 갈 것처럼 떠들어댄다. 미안하지만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나는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인근에서 월 매출 3,000만 원을 찍고도 딱 6개월 만에 보증금 5,000만 원을 전부 날린 채 도망치듯 가게를 접었다.

잘 몰라서 그러는데,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매출액 뒤에 숨은 진짜 원가 구조를 뜯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Q. 매출이 3,000만 원이나 나오는데 대체 왜 망하는가?

원인은 아주 사소한 고정비와 유지비의 왜곡에서 시작된다. 나 역시 오픈 초기에는 하루 테이블 회전율만 계산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매달 나가는 월세 550만 원에 주방 인건비 800만 원, 그리고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식자재비는 기본값에 불과했다. 진짜 숨통을 조인 것은 다이킨 천장형 에어컨 40평형 컴프레서 고장으로 갑자기 날아온 수리비 180만 원이나, 매달 청구되는 그리스 트랩 청용 용역비 같은 비정기적 지출이었다.

여기에 홍대 특유의 살인적인 주류 도매상 대출이자(일명 주류 대차)와 매주 유행이 바뀌는 상권 특성에 맞춘 메뉴 리뉴얼 비용이 더해지면 실제 마진율은 5% 미만으로 추락한다. 결국 통장에 돈은 도는데 내 수중에 남는 건 없고 미수금만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Q. 옆집은 새벽까지 불 켜놓고 잘만 버티던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살아남은 꾼들은 애초에 비즈니스 구조를 다르게 설계했다. 그들은 단순히 안주를 팔아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

철저하게 회전율을 극대화하는 음료와 고마진 주류의 세트 메뉴 판매에 목숨을 건다. 이 바닥 생리를 잘 모르는 뉴비들은 감성 인테리어에 돈을 바르지만, 진짜 돈 버는 놈들은 손님의 체류 시간을 제어하는 음악 데시벨 조절법이나 테이블 간격 배치 같은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 집착한다.

이런 유연한 가격 책정 메커니즘은 우리가 흔히 아는 유흥 이용 가이드의 생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소비자들이 사전에 수많은 정보를 필터링하며 가성비를 따지는 마포셔츠룸 후기 속 정찰제와 옵션 요금의 결합 구조처럼, 살아남은 업소들은 금요일 밤 11시 피크타임과 한산한 화요일 오후의 메뉴판 단가를 다르게 가져가는 이중 가격제를 아주 교묘하게 은폐하여 적용했다.

나는 제3자 입장에서 옆에서 구경하는 걸 참 좋아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머리 쓰지 않을 거라면 홍대 바닥에 권리금 던져주는 짓은 멈추는 게 맞다고 본다.

당장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스스로에게 딱 세 가지만 물어봐라.

1. 지금 구상 중인 매장의 테이블당 평균 객단가가 피크타임 기준 최소 4만 5천 원 이상 나올 수 있는가?
2. 주류 마진율을 75% 이상 확보할 수 있는 독점적 공급망이나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는가?
3. 식자재 미수금이 두 달 연속 밀렸을 때, 사재를 털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비상 예비비 3,000만 원이 통장에 따로 숨겨져 있는가?